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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평생주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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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장제호 교수
2022.08.03

외과 의사의 길, 우연에서 운명으로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외과 장제호 교수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
뜻밖의 답변이었다. 이렇게 ‘단호박’일 줄 몰랐다.
사실 장 교수는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단다. 하지만 입시의 벽에 부딪혔고, 우연히 집 근처 의대에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까지 해버렸다. 
“눈 깜짝할 새에 여기까지 왔어요. 다만, 모든 걸 받아들였을 때부턴 ‘버티는 게 이기는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누군가처럼 큰 꿈이나 대단한 사명감을 가지고 의사의 길로 접어든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설렁설렁 하기는 싫었어요.”
전공 선택할 때도 소위 말하는 몸 편하고 돈 잘 버는 쪽보다 이왕이면 확실하게, 생명에 관여하는 의사가 되고자 했다는 장 교수. 그렇게 그는 현재 대장·항문 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외과 의사로 살고 있다.

대장암,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이유
최근 발표된 국가암통계자료를 보면 대장암 발생률은 2019년 기준 인구 10만 명 당 56.5명으로 갑상선암, 폐암, 위암에 이어 4번째로 높았다. 대장암의 약 80%는 식습관, 비만과 같은 후천적,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하며 나머지 10~20%는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은 대장암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후천적 요인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뚜렷한 전조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증상이 소화불량, 복부 불편감 등 특이적이지 않아서 다른 질병과 혼동하기 쉽다는 것, 그러다 보니 조기발견율이 40%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장 교수가 생각하는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에 있다. 
”암이 진단됐을 때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야 하는데, 치료를 쉽게 포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수술을 원치 않는다, 연명을 원치 않는다, 또 어떤 분들은 민간요법에서 해답을 찾으려 하시고요. 그런데 대장암의 경우 장이 꽉 막히거나 터져서 어쩔 수 없이 응급실 신세를 지고, 결국은 수술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겨요. 의료진 입장에서는 치료할 수 있었는데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다시 만나면 정말 속상하거든요. 그러니 치료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의료진을 믿고 치료에 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가족이 암을 진단받았다고 한다면, 어떨까? 아무리 조기에 발견했어도, 아무리 치료할 수 있다고 해도 차분한 마음으로 담담히 받아들이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때 수술 등의 치료 과정은 가족들에게도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준다는 것이 장 교수의 생각이다. 환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다시금 얻어낸 삶의 시간을 요긴하게 써나갈 준비, 혹은 세상 소풍을 마치고 삶의 종착역으로 향할 준비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장 교수는 일련의 과정들에 기꺼이 동행할 준비가 되어있는 모습이었다.



의사-환자 간 ‘벽’을 허물기 위한 노력
대전을지대학교병원에서는 매년 12월이면 외과 주최로 ‘대장종양클리닉’이 열린다. 장 교수와 외과 김창남 교수가 대장암 환우회 격으로 준비하는 행사로, 질병에 대한 다채로운 정보도 나누고 감미로운 음악도 선물한다. 올해로 벌써 22회째. 이렇게 환우 행사를 의료진 차원에서 열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환자와의 라포가 단단하게 형성돼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국내 유수 병원들에선 진행하기 어려운 행사일 거예요. 워낙 환자분들이 많기도 하고, 또 한 자리에 모으기도 쉽지 않고요. 이런 것들이 지역 병원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사실 대장암은 이미 보편화 되어있고 치료 방법도 표준화되어있기 때문에 수도권과 지역의 수준 차이가 현저하진 않다고 생각해요. 집 가까운 병원에서, 정서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의료진을 만나 치료받으신다면 더없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의사는 본질적으로 환자의 삶에 개입하거나 환자의 몸에 처치를 가하는 사람이기에, ‘권위’라는 것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직업 중 하나다. 하지만 장 교수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물론 필요하긴 해요. 환자에게 ‘이렇게 해라’, 혹은 ‘저건 하지 말아라’ 하고 말하는 사람인데 어느 정도 무게감은 있어야겠죠. 게다가 의사에게는 일종의 권위를 부여해주는, ‘가운’이라는 대표적인 도구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원치 않습니다. 오히려 그 ‘벽’을 제가 먼저 깨고 싶어요. 그래서 실제로 진료실에서 가운 대신 수술복을 입고 있는 게 더 편하고, 저와 허물없이 지내는 환자 보호자 분들도 많이 계세요. 제가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보이지 않는 벽을 쌓지 않으셨으면, 또 조심스럽게 다가오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제가 먼저, 부단히 노력할 겁니다.”
아마도 장 교수에게 외과 의사의 길은 곧 운명이 아니었을까, ‘운명이란 늘 우연을 가장해서 온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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