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30대 초반의 직장인이다. 그는 충실한 가장이며 회사에서는 제법 능력을 인정받는 중견급 사원이었다.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친구들이나 동료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특별한 취미생활을 하지는 않았고 일주일이면 한 두 번 정도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이제껏 병원신세 한 번 크게 안 질 정도로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다. 김 씨의 예사로운 퇴근 길이었다. 전 날 마신 술이 과했던지 하루 종일 좀 피곤한 기분으로 일과를 마쳤다. 집으로 가는 길은 승용차로 약 30분, 길이 유난히도 막혀서 짜증이 났다. 짜증과 함께 답답증이 울컥 느껴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머리가 휑해지는 것 같으면서 어지럽기 시작했다. 가슴이 철렁하면서 심하게 두근거리는 것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숨이 막혀서 차 창문이라도 열려고 했지만 손이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온 몸에 식은 땀이 흘렀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공포심을 간신히 억누르고 차를 도로 한 쪽에 겨우 세웠다. 갖고 있던 휴대폰으로 119에 연락을 했다. 응급실에 도착할 때까지 20분정도 걸렸을까? 다소는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 응급실에서 심전도, x-ray, 피검사등을 해 보았지만 결과는 다 정상이라고 한다. 특별한 이상이 없으니 돌아가도 좋다는 응급실 의사의 말이 반갑지만은 않다. 왜 그랬을까? 어제 마신 술때문이었나? 요즘 과로해서 몸이 약해진 탓일까? IMF 한파이후 직장내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는 스트레스 없이 살았나? 어쨌든 너무나도 두려운 경험이었다. 설마 다시는 그런 일이 없겠지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무리하지 않는 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사흘이 지났을까? 업무관계로 운전할 일이 있어 오후 2시경 운전대를 잡았다. 신호등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순간 더위가 느껴지며 며칠 전처럼 머리 속이 휑해지는 것이 아닌가. 사흘전 증세와 죽을 것 같은 공포에 대한 기억이 뇌리를 스치면서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곧 사고라도 낼 것처럼 마음이 불안해졌다. 겨우 차를 세우고 또 119를 부르려다 지난 번 아무 이상이 없었던 것이 생각 나 일단 좀 안정을 취해 보자는 마음으로 증세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역시 힘겨운 5분여가 경과하고 나니 두근거림이 줄어들고 숨 쉬기가 편해졌다. 약 1시간쯤 후에는 다시 운전을 해서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처음 경험에 비해 정도는 다소 가벼웠으나 불안과 두려움은 오히려 심했던 것 같다. --- 이상의 이야기는 공황장애 환자들이 흔히 호소하는 증세들을 가지고 필자가 가상적으로 꾸며 본 것입니다. 글을 읽으신 분들 중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는 분들은 이야기의 내용을 바로 자신의 경험처럼 깊이 공감하실 것이다. 그 중에는 신경정신과를 찾아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는 분도 계실 것이고, 아직도 이유를 몰라 방황하고 있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이러한 공황장애 환자분들은 신체적으로 느끼는 증세는 심각한데도 갖가지 검사에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답답한 마음으로 응급실, 내과, 한의원 등을 전전하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공황이란 죽음의 공포를 연상시킬 정도의 매우 심한 불안상태를 말하며 아직 그 원인은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으나 다소의 유전적, 성격적 요인, 신체적 혹은 심리적 스트레스 등이 함께 작용할 것으로 봅니다. 치료에는 약물요법과 면담치료, 인지치료등의 방법이 동원됩니다. 김씨의 증세는 공황장애로 인한 것이며 이는 신경정신과에서 다루는 치유가 가능한 질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