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 HOME
  • 진료과
  • 심장혈관흉부외과

진료과

심장혈관흉부외과

인간사랑과 생명존중을 실천합니다.

이동

건강 FAQ

농흉
드라마 `허준'은 전국민의 무지무지한 사랑을 받으며 시청자 중 60 % 이상을 끌어 모았다. 그 요인은 '허준'이라는 의사의 환자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정성과 극적인 환자의 소생같은 지극히 드라마 적인 요소들 때문이리라. 드라마상의 허준이나 그의 스승 유지태의 치료 모습을 보면 등판이나 엉덩이 부분에 생긴 고름집, 즉, 화농성 염증부위를 칼로 째고 입으로 고름을 빨아내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조금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이 내려준 의술을 가지고 있던 이들도 가슴안에 고름집이 잡혀있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병을 흉부외과적인 용어로 "농흉"이라 한다. 고름(농)이 가슴(흉)안에 있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흉수가 육안적으로 화농성으로 보이거나 흉수안에서 세균이 자라고 있을 때 이런 진단을 붙인다. 이렇게 가슴 속의 맑고 깨끗한 물이 더럽혀 지는 경우는 어떤 것일까? 대부분 폐에서 처음 생긴 여러 가지 원인의 염증이 흉강내를 오염시켜서 생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폐렴이나 결핵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드물게 흉부외상 후나 흉부 수술후 의 합병증으로도 이런 경우가 생긴다.  '고인 물은 썩는다.'  오랫동안 퍼내진 않고 방치된 우물을 보면 그 우물벽에는 여기저기 푸르딩딩한 이끼도 끼어 있고 물을 퍼올리면 신선한 맛이 없이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의 몸도 역시 그러하다. 가슴안의 염증으로 늑막이 붓고 두꺼워지면 가슴안에 정상적인 흉수의 양이 늘어나고 흡수되어 빠지지 않게 된다.

이런 시기에 적절하게 약을 사용하여 치료하지 않으면 고인 물이 썩듯이 흉수가 오염되어 화농성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이런 변화가 시작되면 늑막은 더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며 물은 더 고이는 악순환을 가져와서 고름집은 딱딱하고 두터운 벽을 가지게 된다. '물이 흐를 수 있는 길을 터 주자.' 이런 상태까지 한국인 특유의 인내심으로 참고 견딘 환자가 드디어 병원으로 오게 된다. 대부분 시골 산골짜기의 어르신들이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 뻘이 되시는 어르신들은 왠만한 아픔은 그냥 참고 견디시는 것을 미덕으로 아시는 그런 분들이시기에  지팡이 짚고 구부정한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못하시는 할아버지를 외래에서 만났다.

할아버지 : 가슴을 가리키며 "여기에 뭐가 달린 것처럼 묵직하고 아퍼."
흉부외과 : 할아버지가 잘 안 들리실까 큰목소리로 "열은 없으세요?"
할아버지 : "왜 하루에 한 두 번씩 올르지."
흉부외과 : "숨은 안 차세요?"
할아버지 : "이 나이 먹으면 다 그래."
흉부외과 : "가래는요?"
옆에 계신 할머니 : "맨날 가래가 끓어요, 끓어."

흉부외과의사은 할아버지 옷을 올리고 청진기를 대 본다. 한 쪽 가슴이 좀 주저 앉아있고 호흡음이 감소 되어 있다.
흉부외과 : "할아버지, 가슴 사진 좀 몇 개 찍고 피검사 좀 해봐야겠어요.
조금 뒤 할머니 손에 덜렁 들려 온 사진을 보면 한쪽 가슴에 균일한 흰색 음영이 보인다. 이쯤되면 치료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흉강천자를 하여 흉막액의 화농성 변화여부를 확인해야하고 여러 가지 항생제를 복합 투여하며 고인 물이 흐를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기 위해 흉관을 가슴 안에 넣어 고름을 빼어 주어야 한다. 이렇게도 치료되지 않으면 결국은 가슴에 칼을 대고 염증 변화가 있는 늑막 박피술을 해 주어야 한다. 적절히 치료 하지 않으면 흉곽의 모양 자체가 변하기도 하고 고름집이 가슴 벽을 녹이고 밖으로 터져 나오기도 하고 또는 기관지를 녹여 객담에서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고름이 나오기도 하는 고질적인 합병증을 만들기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숨차고 열나고 가래가 끓을 때 빨리 병원에 모시고 와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실 수 있도록 관심을 갖는 것 일지도 모른다.
진료과 콘텐츠 담당자